이유 없이 기분 좋은 날 / 청초이 보 숙
햇살이 창문 밖에서
봄인 척 손짓하기에
봄옷 걸치고 밖에 나갔어요
겨울이었어요. 제법 매서워
내민 종아리가 얼얼합니다
햇살은 약하게 흐르고
찬 공기가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며 지나가는데
아직은 볼때기가 시립니다
그렇다고 해도
그랬다 하더라도
설령 그렇더라도
마음은 왠지 모르게
하늘을 둥둥 떠다니는
뭉게구름 같은 날이네요
꿈속의 달콤한 목소리가
어디선가 나를 부를 것 같은
이유 없이 기분 좋은 날이네요
햇살 잘 빗질 된 봄이 와요. 봄
봄이 오고 있기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