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장생도(十長生圖) 
▲ 작자 미상 ‘십장생도 10곡병’ 19세기, 비단에 색, 151.0×370.7cm, 삼성리움미술관
 (설명1) 십장생을 주제로 그린 민화는 장생도(長生圖)라고 불리기도 한다. 십장생도는 정초에 왕이 중신들에게 새해 선물로 내리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상류계층에서 새해를 맞아 문에 붙이는 세화(歲畵)와 오래 살기를 비는 축수용 그림으로 사용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십장생도는 상상의 선계(仙界)를 형상화한 것으로서 산, 바위 등의 묘사에 화원풍의 청록산수법을 많이 사용하는 등 색채의 아름다움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 특징이다. 이 그림은 대각선 구도를 취하여 오른쪽에는 육상의 장생물을, 왼쪽에는 수중의 장생물을 그렸다. 녹색을 주조로 하고 코발트색으로 포인트를 주는 식으로 산을 표현하였고, 고동색의 땅을 배경으로 붉은 줄기의 소나무가 화면을 분할하도록 하면서 그 사이사이에 갖가지 장생물이 배치되도록 하였다.




《그림 속에 해, 달, 구름, 거북을 그린 이유》 (설명2) 십장생도(十長生圖)는 세화(歲畵)를 대표하는 작품이고 새해를 축하하고 한 해 동안 액운 대신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하는 뜻을 담아 정초(正初)에 왕이 신하들에게 나누어주던 그림입니다. 세화를 주는 풍속은 고려시대부터 세시풍속의 하나로 행해졌는데 벽사(?邪)와 진경(進慶)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시작되었으며 나쁜 일은 막아주고 좋은 일만 생기게 해 달라는 뜻입니다. "십장생(十長生)’은 장수를 상징하는 열 가지의 사물을 뜻합니다. 해, 구름, 산, 바위, 물, 학, 사슴, 거북, 소나무, 영지가 대표적이지요. 구름 대신 달이, 바위 대신 대나무로 그려지는 등 문헌마다 장생물이 약간씩 다르게 표현되기도 합니다. 조선 후기에는 복숭아나무와 대나무를 추가시켜 그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습니다.
십장생에 선발된 사물은 해와 구름 같은 자연물에서부터 학과 거북, 소나무와 영지 등의 동식물까지 분포지역의 스펙트럼이 아주 넓습니다. 그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는 공통점은 단 한 가지 ‘상서롭다’는 것이었습니다. 십장생도를 그림의 소재로 쓴 가장 큰 이유는 장수(長壽)에 대한 갈망 때문이었습니다.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으로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살고 싶은 욕망과 기원이 예술작품으로 표출되었어요. 이런 작품의 배경에는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추구하던 도교(道敎)의 신선사상(神仙思想)이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십장생이 있는 공간이 바로 신선들이 사는 ‘선경(仙境)’이자 불사(不死)의 ‘파라다이스(樂土)’입니다. 십장생도는 처음에는 궁중에서만 사용했습니다. 왕, 세자의 결혼식이나 즉위식 혹은 책봉을 하는 가례(嘉禮)와, 회갑잔치 같은 수연(壽宴) 등 국가적 행사에서 왕과 왕비의 장수를 기원하고 행사장을 화려하게 치장하는 용도로 제작되었어요. 궁중의 모든 그림을 도맡아 그린 도화서(圖畵署) 화원(畵員)들의 가장 큰 의무도 왕의 어진(御眞)을 제작하는 것과 함께 십장생 병풍을 그리는 것이었습니다. 왕이 신하들에게 내려주는 세화로 널리 퍼지면서 민간에서도 축수용(祝壽用) 그림으로 애용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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