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성단 김동수
바람이 스치는
마른 잎새에 촉촉한 봄비는
뿌연 하늘에 못다 한
그리움만 마시게 한다
총총 걸어가는
우산 속 거리는
하나둘 커지는 불빛 속
고단한 하루를 노래한다
가로등 건너편
작은 나무의 기쁨에 눈물은
시린 겨울의 옷을 벗고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한다
얼음강 건너서
따뜻한 해 아래 꽃이 필 때면
어둠은 물러가고 새소리 따라
환한 웃음꽃도 피어나겠지
살랑바람 부는 빗물 따라
무겁던 발걸음 위에
소리 없는 희망만 싹이 튼다
빗소리에 묻혀서.